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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n yeowool

꿈 소장하기 (꿈의 탈은폐화)


a. 친구들과 함께 간 수영장에서 탈의실에 들려 옷을 갈아입는 순간 온몸에 자라난 털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허벅지에 한웅큼 자라난 털은 남동생의 무성한 다리를 보는 듯했다. 비키니를 입기 위해 무성히 자라난 털들을 면도하는 것은 영구적이지 않은 위험의 제거에 더욱 불안만 확장시켰다. 지금 당장 풀에서의 향락은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틀도 안되어 그 검은 점들은 모공을 비집고 나와 선들이 될 게 틀림없다.

b. 준호를 흠모하는 여자가 끈질기게 날 괴롭혀온다. 그 여자는 우리 가족의 윗집에 살며 조롱하듯 본인의 위험한 놀이를 즐기는 것 같았다. 집의 창문으로는 윗집에서부터 내려온 그녀의 발이나 머리칼들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고 본인은 언제든 위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엄포를 나에게 놓는 것으로 보였으므로 나는 가벼이 그 여자를 무시했다. 그런짓을 하는 여자야말로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그런짓을 할 수 없는 약하고 아픈사람이라는 반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여자가 '네 생각은 가볍게 틀려버렸어'라고 말하는 듯 윗층에서 뛰어내렸고 나는 낙하하는 그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뒤로는 나의 아빠와 엄마를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끈질기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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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마시는 커피에서 종이향이 베어 나온다. 그건 당신이 한번이라도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며 친환경적 삶을 실천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 눈치 챘을 일이다. 커피에서는 일회용 컵에선 베어 나온 종이의 맛이 있다. 또 비 오는 숲이 어떠하냐 하면, 뱀의 피육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촉촉이 젖어 있는 잎들을 헤치며 낙하하여 침입하는 그 장대같은 비들은 잎들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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