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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n yeowool

멍청이들의 대화


전시장을 지키고 있을 때 였다. 의미없는 사람들의 스침과 상호인사가 필요한 날이다. 차림새도 행동도 어수선한 남자가 전시장을 몇바퀴 돌고는, 전시장을 벗어났다가, 계단쪽에 머물다가는 급히 걸어왔다.

"타마비, 그 전체로는 강한데, 개인개인의 강함이 느껴지지 않아요."

곧 울 것 같은 얼굴과 호흡으로 발화하는 남자로부터 그 충격이 나에게도 전이되는것 같았다.

그래서 다 듣지 않아도 이미 아팠다. 어느정도 나의 요즘 심상과 닮아있어서 였으리다.

"글쎄요, 너무 많은 작품과 정보가 함께 한번에 들어와서는 아니에요?"

"아..........뭐 그런것도 있는데.......................................

....................................................모르겠어요."

뜸을 들이긴 하지만(뜸을 들이는 것이 안정을 찾거나, 말을 정리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발화가 시작되면, 안정적이지 않은 거친 호흡과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아니면, 시대의 문제를 얘기하는건가요?"

".........................시대?"

"포스트모던이 우리에게 답은 주지않은채로, 포스트포스트모던의 과제로 남겨주었잖아요. 지금 이런것들, 변별을 잃은것들이이요."

"시대? 일본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요. 글로벌화 된 세계의 통시적 시대를 말하는거에요."

"........................"

"무엇을 느낀거죠?"

"내가 멍청해서 그런건지.........그냥 저 하얀벽이 싫어요. 내가 빠가(바보)인건지........."

"그럴리 없잖아요. 객관적 현상이야 어쨌든, 당신이 느끼는 것보다 더 강한 사실이 있나요? 어떻게 느낀거죠?"

".................사실?............"

"미안해요. 일본어 능력이 좋지 않아서......"

"....................

..................

...................

.............이건 너무해..... 이건 진짜 너무해....."

돌연히 가버린 덕에 하루지난 지금도 그 찝찝했던 멈춰진 대화가 응고된 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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